'설악의 시인' 이상국 시인이 보내온 권금성의 설경부터 우선 누려보시죠.
설악산의 천연 요새 권금성. 성벽은 거의 허물어지고 터만 남았지만 설악의 그 신령스러움을 오롯이 품고 있다.
케이블카에 올라 5분 정도면 설경 품은 암벽의 권금성과 만날 수 있다.
설악산 아래 사람들은 지금도 대청봉에 세 번쯤 눈이 내려야 마을에 눈이 온다고 믿고 있다.
어린 시절 폭설이 내린 아침, 추녀 끝까지 차오른 눈 때문에 부엌문을 열 수 없어 가마솥에 물을 끓여 녹이거나
가마니나 멍석을 눈 위에 깔아 다지며 변소 가던 일이 생각난다.
어떤 해는 몇날 며칠 눈이 내려 물 길어 나르던 여자들의 물동이가 전깃줄에 걸렸다는 말이 들리기도 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미시령 서쪽에 직장이 있던 나는 방송에서 폭설로 미시령 통행이 금지되었다는 일기예보가 나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직장을 쉰다는 횡재도 좋았지만 한겨울 눈의 동굴에 갇힌다는 동화적 상상력도 즐거웠던 것이다.
그런 날 아침 등교하지 말라는 티브이 자막이 뜨면 아이들에게는 축제나 다름없었다.
올겨울도 아이들은 그런 날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눈이 밤새 퍼붓다 그친 아침이거나 해질 무렵, 금강산의 마지막 봉인 신선봉에서 미시령을 건너 황철봉 마등령을 거쳐 주봉인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눈 덮인 능선의 범접할 수 없는 스카이라인은 황홀하고 또 장엄하다.
설악은 겨울이 되면 눈으로 그 문을 닫는다. 우리가 산이라고 부르는 나무와 바위와 물과 봉우리와 골짜기,
그 속에 사는 미물과 짐승들 모두에게 휴식이 필요한 까닭이다.
문을 닫은 산은 그 속에서 사람들의 발자국과 인(人)내를 씻어내고 스스로를 정화한다.
1969년이던가, 히말라야 원정을 준비하던 사람들이 열 명이나 안내피골(죽음의 계곡) 눈사태에 파묻혔던 일은
설악의 내밀한 곳에서 자연의 비의에 바쳐진 인간의 희생이었다.
그렇게 설악은 겨우내 눈으로 길을 묻는다. 그러나 산속에 산이 있고 어디서 시작하든 모든 길은 대청봉에서 만난다.
정상은 그곳뿐이고 거기서는 나라가 보인다. 눈에 몸을 묻고 스스로 경건한 국토의 일부가 되기 위하여 사람들은 겨울 설악에 오르는 것이다.
그래도 삐끔 문을 열어놓은 곳이 있는데 그곳이 권금성이다. 권금성은 해발 800m가 넘는 곳에 거대한 암반으로 이루어진 자연의 성채 같은 곳이다. 그러나 깎아지른 암벽 꼭대기까지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어 겨울 설악으로 들어가기 가장 수월한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서는 눈 덮인 외설악의 장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서쪽으로는 일몰을 관장하는 장엄한 저항령 계곡의 숨 막힐 듯한 고요가 짐승처럼 다가오는가 하면, 미시령에서 황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옆구리에 거대한 닭벼슬 같은 울산바위가 눈을 모자처럼 쓰고 있는 장대한 광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그 동쪽으로는 영랑호와 청초호 쌍둥이 호수 속에 파묻힌 속초와 그 너머 일망무제 벽해가 하늘과 닿는다. 한편 화채봉 쪽에서 말갈기 같은 능선을 내려 달리다 부딪치며 꺾이며 휘몰아쳐 오는 엄혹한 눈보라는 컴컴한 지하철과 아파트 보일러에 찌든 인간의 몸뚱이를 여지없이 후려치기도 하는 것이다. 거기서 겨울 설악의 장엄함과 폐허 같은 적막, 그리고 가슴 서늘한 아름다움이 두려움처럼 몸을 밀고 들어온다.
우리가 참으로 겸허한 눈을 가진다면 자연의 그 어느 것 하나라도 경외심 없이는 바라볼 수 없다. 인간의 힘으로 쌓아올린 거대한 도시와 지식과 모든 문명을 합친다 해도 어느 날 자고 나면 담장이나 자동차 지붕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쌓인 눈과 쓰레기장에 버려진 화분에서 피어나는 꽃 한 송이의 신비와 생명력을 넘어설 수는 없다.
늘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일이긴 하나, 먹고사는 일의 아주 작은 것이라도 무엇 하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인간에게 누군가 높은 산과 저 희고 두렵고 아름다운 눈을 거저 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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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산
- 해인사와 소리길(6㎞·2시간 30분)
- 해인사의 고즈넉한 풍경과 팔만대장경, 경판고 등 유물을 둘러볼 수 있다. 대장경축전장~홍류문~길상암~영산교를 지나 해인사에 이르는 길이다. 소리길은 고운 최치원 선생이 풍류를 즐겼다는 곳. 해인사를 지나 가야산 정상 쪽으로 '마애불 가는 길'이 이어진다. 가야산국립공원사무소 (055)930-8000
- 맛집: '강변숯불갈비' 흑돼지구이육질이 야들야들한 합천 흑돼지를 맛볼 수 있다. 삼겹살 등 각종 부위를 주는 돼지생고기로스구이가 실하다. (055)933-0186
- 출처 : 국립공원관리공단
- 속리산
- 법주사길
- 주차장에서 법주사까지 가는 2㎞ 남짓한 속리산 오리숲(2㎞를 오 리로 계산)의 산책로에는 100년은 족히 넘을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들어서 있다.+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천년고찰 법주사는 마치 ‘눈의 요새’를 연상케 한다. 법주사에서 팔상전·쌍사자석등·석연지 등 유물을 만날 수 있는 건 덤이다.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 (043)542-5267
- 맛집: ‘경희식당’ 산채정식 속리산에서 나는 버섯, 나물 위주로 만든 반찬 40여 가지가 나온다. 가짓수도 가짓수지만 하나하나 들인 정성과 맛이 대단하다. 북어 보푸라기, 잘게 다져 새콤하게 무친 더덕 등 손이 많이 가 보기 힘들어진 반찬도 나온다. (043)543-3736
- 출처 : 국립공원관리공단
- 오대산
- 월정사와 전나무 숲길
- 월정사 일주문에서 절 입구까지 1.6㎞ 정도 이어진 전나무 숲길은 부안 내소사, 남양주 광릉수목원과 함께 3대 전나무숲길로 꼽힌다. 평균 수령 80여년, 40m 높이의 전나무 1700여 그루가 웅장한 위용을 뽐낸다. 1㎞쯤 이어진 숲길을 걷다 보면 만나는 월정사 경내에서 팔각구층석탑 등 유물을 만날 수 있다. 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 (033)332-6417
- 맛집: ‘두일막국수’ 막국수 메밀이 많이 나는 강원도 홍천에서 통메밀을 사다가 그날그날 필요한 만큼 겉껍질만 벗겨 속껍질째 빻아서 면을 뽑는다. 신선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강하게 입에 남는다. (033)335-8414
- 출처 : 국립공원관리공단
- 변산반도
- 내소사와 전나무 숲
- 내소사 일주문에서 시작해 사찰까지 1㎞ 정도 전나무숲이 이어진다. 전나무 숲길 중간쯤에서 오른쪽 샛길로 가면 지장암이 나오고, 왼쪽으로는 직소폭포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시작된다. 능가산의 장대한 암봉(巖峰)들의 호위를 받으며 산기슭에 자리한 내소사가 고즈넉한 겨울 풍경을 만들어낸다.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 (063)582-7808
- 맛집: ‘변산온천산장’ 바지락죽 ‘사람이 죽(粥)을 기다릴지언정 죽이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금언에 충실한 식당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불린 쌀과 바지락 조갯살, 녹수, 수삼 등을 바지락 육수에 끓인다. (063)584-4874~5
- 출처 : 국립공원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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