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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에 가봐야 할 은신처' 정감록이 예언한 십승지 마을

by 들꽃 처럼 2014.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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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에 가봐야 할 은신처' 정감록이 예언한 십승지 마을 <2>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예언서로 '정감록'이 있다. 조선시대 이래 민간에 널리 유포되어온 예언서로써 이본(異本)이 40~60권에 이를 정도로 많은 것이 특징이다. 저자나 성립시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을 뿐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고, 반왕조적인 내용이 많아 조선시대에는 주로 금서에 속했다. 하지만 민간에 은밀히 전승되어 조선시대 민간 사회를 평가하는데 꼭 필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이런 정감록에는 '십승지'라고 하는 열 군데의 땅이 기록되어 있는데, 전쟁이나 천재가 일어나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열곳의 피난처를 의미한다. 왜구나 오랑캐의 잦은 침략으로 지쳐있는 백성들에게 이같은 십승지의 존재는 간절했고, 실제로 십승지를 찾아 떠나는 이들도 많았다. 6.25 전쟁 때 북쪽에 살던 이들이 십승지를 찾아와 정감록촌을 이루고 지금껏 살아온 이들도 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십승지'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지로 꼽히고 있다. 이본마다 조금씩 십승지가 다르게 기록되기도 했지만, 남사고가 남긴 '남격암산수십승보길지지'에 나타난 십승지를 만나보자.

 

[목차]

1.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 (금계마을)

2. 경상북도 봉화시 춘양 

3. 충청남도 보은 속리산

4. 전라북도 남원 운봉

5. 경상북도 예천 금당실

6. 충천남도 공주시 유구읍, 마곡

7. 강원도 영월 정동쪽 상류

8. 전라북도 무주군 무풍

9.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

10.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산

 

6. 충천남도 공주시 유구읍, 마곡

 

"공주 계룡산으로 유구와 마곡의 두 물길 사이 둘레가 200리나 되므로 피란할 만 하다"

충남공주유구.png

 

마곡사는 주변 산세가 겹겹이 에워싸 난리를 피할 수 있는 십승지로 꼽혔다. 백범 김구 선생과 매월당 김시습이 이 곳에 은신한 것으로 유명하다. 김구는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격분하여 일본 장교를 죽이고 이곳 마곡사까지 내려와 은신했다. 약 3년간 숨어지내던 김구는 이후 조국 광복 운동을 하게 된다. 또, 김시습은 세조가 단종을 몰아내자 이곳에 은신했다. 세조는 김시습에게 벼슬을 내리고자 이 곳 마곡사까지 찾아왔지만 그를 찾지 못했다. 마곡사 영산전의 현판은 이 때 세조가 남긴 것이라고 한다.

 

김구 향나무.jpg

 ▲ 김구 선생이 마곡사에 심은 향나무

 

다른 십승지처럼 이 곳도 나라의 난리가 있을 때 마다 십승지를 찾아온 사람들로 정감록촌을 이루었다. 1800년대 이후에는 전국의 유생들이 이 곳으로 몰려와 자손을 보존하려 했다. 한국전쟁 때는 이북 주민들도 많이 모여들었다. 계룡산이 가까이에 있고, 공주산성, 무령왕릉, 공주 한옥마을 등이 가볼만한 곳이다. 공주는 밤으로 유명하다.

 

7. 강원도 영월 정동쪽 상류

 

"영월 정동쪽 상류는 난리를 피해 몸을 감출만하나, 수염이 없는 자가 먼저 들어가면 그렇지 못하다"

영월정동쪽상류.png

 

영월의 십승지 역시도 한국전쟁 때 이북 주민들이 많이 몰려왔다. 기묘사화 때 중종에게 숙청을 당한 조광조의 후손들도 영월의 미사리에 숨어들었다고 한다. 영월은 또 김삿갓면으로 유명하다. 방랑시인 김삿갓의 할아버지가 홍경래의 난에 휩쓸리면서 멸문지화를 당한 김삿갓은 어머니와 함께 간신히 이 곳 영월땅으로 숨어들었다. 방랑을 하던 김삿갓은 죽어서 다시 고향 땅에 묻혔다고 한다. 김삿갓의 생가와 김삿갓 묘, 시비, 문학관 등이 조성되어 있다.

 

영월에는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긴 어린 단종이 유배왔던 청령포와 단종의 능 장릉이 있고, 한반도면 옹정리의 한반도지형이 있다. 한반도 모양을 닮은 지형을 갖춘 한반도지형은 유명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영월한반도지형.jpg

 

8. 전라북도 무주군 무풍

 

"무주 무봉산 북쪽 동방 상동으로 피란 못할 곳이 없다"

 

 무주군무풍.png

 

오지의 대명사로 불렸던 '무주구천동' 이웃에 있는 무풍은 덕유산 직전에 있는 대덕산이 감싸 안고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무풍을 복지(福地)'라고 했다. 또, 택리지에 '충청, 전라, 경상 3도가 마주친 곳'에 있는 덕유산이 가까이에 있다. 그 중 나제통문은 신라와 백제가 치열한 영토다툼을 벌이던 곳으로 '신라 사람이자 전라도 사람'으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전라도 사람들이 살고 있기도 하다. 이런 지리적인 요인으로 무풍에는 고종과 명성황후가 피신할 곳으로 99칸짜리 별궁 '명례궁'을 지었었고 지금은 터가 남아있다. 을미사변으로 갑작스럽게 명성황후가 시해되어 이 곳으로 피신하지는 못했다.

 

덕유산의 향정봉에 오르면 충청, 전라, 경상 3도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덕유산 자락에 있는 무주리조트는 최고의 휴양지로 꼽힌다. 구천동, 나제통문 등을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다.   

 

9.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

 

"부안 호암 아래가 가장 기이하다"

 

부안군변산.png

 

부안 변산은 허균이 은거했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거처한 곳은 부안 변산 우반동 골짜기에 있는 정사암이었다. 이 곳에서 허균은 '홍길동전'을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그는 조선 최고의 여류문인으로 꼽히는 이매창을 만나게 되는데 둘은 시를 통해 정신적인 교감을 하며 각별한 친구로 지냈다고 한다. 매창이 죽은 후 그는 그녀를 위해 시를 남기기도 했다. 매창공원에는 매창의 묘와 매창의 시비 등이 있다.

 

변산반도에는 붉게 타오르는 석양을 볼 수 있는 낙조대, 새만금방조제, 곰소항, 격포항, 채석강 등 둘러볼 곳이 많다.

 

변산낙조대.jpg

 

10.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산

 

"합찬 가야산 만수봉으로 그 둘레가 200리나 되어 영원히 몸을 보전할 수 있다. 동북쪽 정선현 상원산 계룡봉 역시 난을 피할만하다."

 

합천가야.png

 

만수봉은 '장수하는 마을'에 붙는 지명이다. 정감록에는 합천 가야 만수동이라고 쓰고 있지만 현재는 없는 지명이다. 유추해서 그 지역을 찾아내야 하는데 풍수지리학적으로 볼 때 해인사에서 바라보이는 맞은편 돼지골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가야산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고운 최치원 선생이 있다. 반란을 일으킨 황소를 글로써 격퇴한 '토황소격문'으로 당나라에서 더 유명해진 인물이다. 후에 벼슬을 버리고 해인사 근처 홍류동 계곡으로 들어왔다.

 

해인사는 가야산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피신처다. 한국전쟁의 위기도 무사히 넘긴 해인사에는 팔만대장경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해인사에 있는 빨치산을 몰아낼 때 폭탄을 쓰지 않고 기관총을 사용해 대장경의 파괴를 막았다고 한다.

 

해인사 팔만대장경판.jpg

 

21세기에 십승지는 '역사를 느끼며 쉬어갈 수 있는 곳'

 

정감록에서 말하고 있는 십승지는 하나 같이 깊은 산 속에 자리잡아 쉽게 접근할 수 없고 풍수지리학적으로 좋은 곳에 위치해 있으며 자급자족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곳들이다. 이제 21세기에 십승지는 더 이상 은신이나 도피처로써의 장소보다는 역사의 장소를 보며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되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 참고도서 : 정감록이 예언한 십승지 마을을 찾아 떠나다 | 남민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