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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행/산행 정보

‘공룡비늘 암릉’과 화산 분화구 유황내 독특 "유후다케 산(1584)

by 들꽃 처럼 2016.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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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다케+벳푸온천만으로도 만족도 100%
▲ 유후다케 동봉에서 동등산구로 하산하는 길

일본 산에 대한 선별 기준을 기이함이나 새로움이 아니라 산행 대상지로서 갖춰야 할 미덕에 두면, 유후다케(由布岳 1,584m)의 존재는 갑자기 새로워진다.

이 산의 높이가 하루 산행에 적당하다. 3,000m급의 북알프스 쪽 고산들이 내뵈곤 하는 오만함이 이 유후다케에는 없다.

바닷가에 위치한 때문인지 산정은 1,584m란 높이로 펼쳐낼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뛰어 넘는다고 할 만큼 광대한 조망을 보이며,

산정으로 이어진 바위 능선은 도봉산 포대능선의 한 구간에 견줄 만한 짜릿함을 선사한다.

그 검은 암릉 양쪽 급경사의 산록을 빈틈없이 뒤덮은 고산 교목 숲의 진하디 진한 초록빛 또한 강렬한 매력 포인트다.


산허리는 부드러운 억새 사면이거나 일부러 조망처를 삼고자 곧추세워둔 듯한 돌출부가 연이어지는 바윗길이다.

이것만으로는 혹 부족할지도 모른다고 여겼는지, 유후다케는 주변에 제주도의 오름 같은 부드러운 굴곡면의 새끼 화산들로 장식을 삼았다.

이 산에 연이어서는 산정까지 케이블카가 연결된 츠루미다케(鶴見岳·1,375m)가 산행 거리나 시간을 조절할 덤으로서 존재한다.


이 산은 일본의 무수한 온천장 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다고 할 벳푸(別府)온천을 지척에 두고 있다.

한국인 관광객의 60%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규슈 지방을 찾고,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벳푸온천임을 감안하면 유후다케는

송년 카페리 산행지로 최적이라 할 수 있다.


▲ 유후다케 동봉 정상 오름길에 뒤돌아본 서봉 암릉.

일본 3대 온천 중 하나인 벳푸온천이 기슭에


유후다케는 일본 100명산의 순위 밖으로 밀려나 200명산에 포함돼 있다.

그 이유는 단지 높이에 있지 않나 싶게 유후다케는 명산으로서 갖춰야 할 요소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설악산처럼 사계절 청류가 흐르는 계곡은 없다.

그것은 비가 내리기 무섭게 곧 지하로 스며들기 마련인 푸석바위 화산암 산악의 숙명적인 모습이다.


이렇듯 결정적인 결함을 가졌음에도 이 유후다케가 추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 여겨지는 것은 한편 부관페리의 낭만 때문이 아닌가 싶다.

부산 혹은 시모노세키의 현란한 야경을 뒤로하며 검은 현해탄을 향해 미끄러져 나아가는 멋 하나만으로도 부관페리의 상갑판에서 맞는 밤이 감미롭다.

가는 길엔 바다가 뵈는 대형 유리창을 낸 선내 해수탕으로, 오는 길엔 1만6,000톤급 대형 선박만이 갖출 수 있는 넓은 홀에서의 여흥으로 외려 항공편을 이용한

여행보다 더 재미있다는 사람도 많다.

유후다케는 제주도 한라산과 위도가 비슷하고 높이는 한결 낮아서 한겨울에도 그리 춥지 않고, 눈이 깊게 쌓이는 경우도 드물다고 한다.


▲ 유후다케 서봉 정상에서 내려가고 있는 등산객. 쇠사슬 구간으로 접어들고 있다.

유후다케는 종 모양을 이룬 종상(鐘狀)화산이다. 그

러므로 기슭은 종의 테두리처럼 완경사이다가 곧 가파르게 변한다. 작은 개활지를 지난 다음 길은 그 급경사의 비탈로 붙는다.

그 후 100여m씩 갈지자로 스무 번 가깝게 꺾이며 유후다케 남사면의 등로가 이어진다. 그 끊이지 않을 것 같은 반복의 지루함은

시종일관 장대하게 트이는 조망 덕분에 잊혀진다.


길게 꺾기에 이어 짧게 꺾기를 반복할 즈음 저 위로 영락없이 거대 공룡의 등줄기를 닮은 유후다케의 산릉이 바라뵌다.

산행을 시작한 지 3시간여 만인 오후 3시경 유후다케 동봉과 서봉 능선이 갈라지는 안부에 올라선다.

여기서 귀찮다 하지 말고 반드시 서봉 정상을 다녀온다. 서봉 정상까지 이어진 ‘공룡 비늘 암릉’은 그야말로 유후다케 산행의 백미이자 노른자위이기 때문이다.

서봉 암릉은 그것이 만약 의도적 조탁이었다면 거대한 예술품에 다름아닌 조형미를 뽐낸다.

서봉 정상 표지목엔 높이가 1,583.3m, 동봉 정상엔 1,584m로 표기돼 있다. 즉, 동봉이 0.7m 더 높다.


▲ 유후다케 개념도

동봉 정상에서 우측(남동향) 급경사 내리막길로 접어들면 숲이 울창한 산록 숲지대 중간 여기저기 일부러 불쑥 내밀어둔 듯한 조망처가 나선다. 이

 길로 하여 올랐다가 남쪽 등산구로 하산하는 경우도 많다.


유후다케에 이어 츠루미다케까지는 건각들만의 팀이면 하루 만에 연결 산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바로 연이어 있기는 해도 각각 따로 솟구쳐 오른 산이므로 종주의 의미는 그리 크지 않다.

한편 시모노세키항 입국 수속 후 곧바로 달린다고 해도 오전 11시 이전에 산행을 시작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해가 짧은 계절엔 유후다케 산행만 하는 것이 무난하다.

유후다케는 평면 도상거리 7.5km(실거리 약 10km)에 5~6시간 잡으면 되고, 츠루미다케는 동등산구~정상 간 도상거리

3.6km(실거리 4.5km)에 3시간이면 넉넉하다.


부관페리


부산항과 일본의 시모노세키(下關)항을 잇는 부관페리는 일본의 하마유호와 한국의 성희호가 번갈아 운항한다.

톤수(1만6,875톤)부터 선내 시설까지 흡사하다. 다만 한국 성희호가 좀더 늦은 2002년 건조된 신식 배다.

특실, 2인실 등이 있으며, 여러 명 일행이 함께 갈 경우는 인원에 맞추어 다인실을 쓰는 것도 좋다.

부산항 출항시각 오후 8시, 시모노세키항 오후 7시. 요금 1등실(왕복) 23만7,500원, 2등실 18만5,00원. 

문의  051-463-3161~9. 051-464-2700. 02-738-0055. 홈페이지 www.pukw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