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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후다케 동봉에서 동등산구로 하산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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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산에 대한 선별 기준을 기이함이나 새로움이 아니라 산행 대상지로서 갖춰야 할 미덕에 두면, 유후다케(由布岳 1,584m)의 존재는 갑자기 새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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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의 높이가 하루 산행에 적당하다. 3,000m급의 북알프스 쪽 고산들이 내뵈곤 하는 오만함이 이 유후다케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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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위치한 때문인지 산정은 1,584m란 높이로 펼쳐낼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뛰어 넘는다고 할 만큼 광대한 조망을 보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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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으로 이어진 바위 능선은 도봉산 포대능선의 한 구간에 견줄 만한 짜릿함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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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검은 암릉 양쪽 급경사의 산록을 빈틈없이 뒤덮은 고산 교목 숲의 진하디 진한 초록빛 또한 강렬한 매력 포인트다.
산허리는 부드러운 억새 사면이거나 일부러 조망처를 삼고자 곧추세워둔 듯한 돌출부가 연이어지는 바윗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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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으로는 혹 부족할지도 모른다고 여겼는지, 유후다케는 주변에 제주도의 오름 같은 부드러운 굴곡면의 새끼 화산들로 장식을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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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에 연이어서는 산정까지 케이블카가 연결된 츠루미다케(鶴見岳·1,375m)가 산행 거리나 시간을 조절할 덤으로서 존재한다.
이 산은 일본의 무수한 온천장 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다고 할 벳푸(別府)온천을 지척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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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관광객의 60%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규슈 지방을 찾고,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벳푸온천임을 감안하면 유후다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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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카페리 산행지로 최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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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후다케 동봉 정상 오름길에 뒤돌아본 서봉 암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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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3대 온천 중 하나인 벳푸온천이 기슭에
유후다케는 일본 100명산의 순위 밖으로 밀려나 200명산에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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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단지 높이에 있지 않나 싶게 유후다케는 명산으로서 갖춰야 할 요소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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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의 설악산처럼 사계절 청류가 흐르는 계곡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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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비가 내리기 무섭게 곧 지하로 스며들기 마련인 푸석바위 화산암 산악의 숙명적인 모습이다.
이렇듯 결정적인 결함을 가졌음에도 이 유후다케가 추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 여겨지는 것은 한편 부관페리의 낭만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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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혹은 시모노세키의 현란한 야경을 뒤로하며 검은 현해탄을 향해 미끄러져 나아가는 멋 하나만으로도 부관페리의 상갑판에서 맞는 밤이 감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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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엔 바다가 뵈는 대형 유리창을 낸 선내 해수탕으로, 오는 길엔 1만6,000톤급 대형 선박만이 갖출 수 있는 넓은 홀에서의 여흥으로 외려 항공편을 이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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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보다 더 재미있다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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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다케는 제주도 한라산과 위도가 비슷하고 높이는 한결 낮아서 한겨울에도 그리 춥지 않고, 눈이 깊게 쌓이는 경우도 드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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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후다케 서봉 정상에서 내려가고 있는 등산객. 쇠사슬 구간으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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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다케는 종 모양을 이룬 종상(鐘狀)화산이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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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므로 기슭은 종의 테두리처럼 완경사이다가 곧 가파르게 변한다. 작은 개활지를 지난 다음 길은 그 급경사의 비탈로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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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100여m씩 갈지자로 스무 번 가깝게 꺾이며 유후다케 남사면의 등로가 이어진다. 그 끊이지 않을 것 같은 반복의 지루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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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장대하게 트이는 조망 덕분에 잊혀진다.
길게 꺾기에 이어 짧게 꺾기를 반복할 즈음 저 위로 영락없이 거대 공룡의 등줄기를 닮은 유후다케의 산릉이 바라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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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시작한 지 3시간여 만인 오후 3시경 유후다케 동봉과 서봉 능선이 갈라지는 안부에 올라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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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귀찮다 하지 말고 반드시 서봉 정상을 다녀온다. 서봉 정상까지 이어진 ‘공룡 비늘 암릉’은 그야말로 유후다케 산행의 백미이자 노른자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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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 암릉은 그것이 만약 의도적 조탁이었다면 거대한 예술품에 다름아닌 조형미를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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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 정상 표지목엔 높이가 1,583.3m, 동봉 정상엔 1,584m로 표기돼 있다. 즉, 동봉이 0.7m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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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후다케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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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 정상에서 우측(남동향) 급경사 내리막길로 접어들면 숲이 울창한 산록 숲지대 중간 여기저기 일부러 불쑥 내밀어둔 듯한 조망처가 나선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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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로 하여 올랐다가 남쪽 등산구로 하산하는 경우도 많다.
유후다케에 이어 츠루미다케까지는 건각들만의 팀이면 하루 만에 연결 산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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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바로 연이어 있기는 해도 각각 따로 솟구쳐 오른 산이므로 종주의 의미는 그리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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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시모노세키항 입국 수속 후 곧바로 달린다고 해도 오전 11시 이전에 산행을 시작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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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해가 짧은 계절엔 유후다케 산행만 하는 것이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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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다케는 평면 도상거리 7.5km(실거리 약 10km)에 5~6시간 잡으면 되고, 츠루미다케는 동등산구~정상 간 도상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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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km(실거리 4.5km)에 3시간이면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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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관페리
부산항과 일본의 시모노세키(下關)항을 잇는 부관페리는 일본의 하마유호와 한국의 성희호가 번갈아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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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수(1만6,875톤)부터 선내 시설까지 흡사하다. 다만 한국 성희호가 좀더 늦은 2002년 건조된 신식 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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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실, 2인실 등이 있으며, 여러 명 일행이 함께 갈 경우는 인원에 맞추어 다인실을 쓰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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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출항시각 오후 8시, 시모노세키항 오후 7시. 요금 1등실(왕복) 23만7,500원, 2등실 18만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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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051-463-3161~9. 051-464-2700. 02-738-0055. 홈페이지 www.pukw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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