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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글, 영상)

그 사람을 가졌는가

by 들꽃 처럼 2015.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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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매일 얼굴을 닦으면서도

음을 닦는 일엔 게으르다.

나는 늘 주변에서 어떤일이 생기면

함석헌 선생님의 시가  생각난다.

그의 詩 속에 담긴 의미들이

가슴으로 파고 들어 믿을 사람이 없는 현실이 슬프다.



나는 시인이 아니다.

이것은 시가 아니다.

시 아닌 시다.

의사를 배우려다 그만두고,

미술을 뜻하다가 말고,

교육을 하려다가 교육자가 못 되고,

농사를 하려다가 농부가 못 되고,

역사를 연구했으면 하다가 역사책을 내던지고,

성경을 연구하자 하면서 성경을 들고만 있으면서,

집에선 아비 노릇을 못 하고...

어부라면서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사람이

시를 써서 시가 될 리가 없다.

나는 내 맘에다 칼질을 했을 뿐이다.

그것을 님 앞에 다 바칠 뿐이다.

-  함석헌 詩集<수평선 너머>  머리말에서 -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 석 현-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도
"저 맘 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면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떠나려 할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 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이시는

함석헌 선생님께서

1947년 7월 20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47년 3월에 월남했으니

월남하고 막 남한사회에 정착을 시작하면서

북한에서 겪은 파란만장한 자신의 삶을

회고 하면서 쓰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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