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매일 얼굴을 닦으면서도
마음을 닦는 일엔 게으르다.
나는 늘 주변에서 어떤일이 생기면
함석헌 선생님의 시가 생각난다.
그의 詩 속에 담긴 의미들이
가슴으로 파고 들어 믿을 사람이 없는 현실이 슬프다.
나는 시인이 아니다.
이것은 시가 아니다.
시 아닌 시다.
의사를 배우려다 그만두고,
미술을 뜻하다가 말고,
교육을 하려다가 교육자가 못 되고,
농사를 하려다가 농부가 못 되고,
역사를 연구했으면 하다가 역사책을 내던지고,
성경을 연구하자 하면서 성경을 들고만 있으면서,
집에선 아비 노릇을 못 하고...
어부라면서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사람이
시를 써서 시가 될 리가 없다.
나는 내 맘에다 칼질을 했을 뿐이다.
그것을 님 앞에 다 바칠 뿐이다.
- 함석헌 詩集<수평선 너머> 머리말에서 -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 석 현-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도
"저 맘 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면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떠나려 할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 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이시는
함석헌 선생님께서
1947년 7월 20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47년 3월에 월남했으니
월남하고 막 남한사회에 정착을 시작하면서
북한에서 겪은 파란만장한 자신의 삶을
회고 하면서 쓰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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