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28
[천제단을 오면서 뒤돌아 본, 장군봉과 장군단]
귀를 에는 칼바람이 윙윙 소리를 내며 흰 눈이 무릎을 덮을 정도로 소복이 쌓인 한겨울이면 어김없이 찾아가는 산이 있다
백두대간 길이며 태백산맥의 중심이 되는 곳이며, 매년 겨울 태백산을 가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아프다
왜 그럴까...?
험한 겨울에 굳이 이곳을 올라야 할는걸까
그곳에 가면 삶의 여정에서 만났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어 항상 달려가는 것 같다
가지 않으며 맘이 왠지 모르게 허전하며, 무거운 마음을 삭일수가 없으며, 그곳엔 특별히 은은한 향기가 있어 나를 유혹한다
도대체 무엇이 하염없이 부르는 걸까, 붉은 색 살갗에서 베어 나오는 택솔향이 있어서 참 좋다
태백산을 산행할 때는 유일사 코스로 오르던지 내려와야 한다
유일사 입구를 지나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오르다보면 주목군락지를 만나게 된다
여기에 분포하고 있는 주목은 대부분 몇 백 년을 살아온 나이 지긋이 든 어른에 속하는 나무들이다
몸통은 늙어 고목이 되어가고 있지만 나뭇가지는 살아서 엽록소를 가득 머금은 진한 녹색을 드리우고 있다
주목은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을 산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냥 자연의 습성대로 살게 두어도 될 터인데 말이다
고목이 된 몸통은 마치 회색빛을 띤 저승사자 같고, 하지만 살아 있음을 알려내는 줄기는 진한 붉은 색이다
바로 붉은색 몸통에서 택솔향이 베어 나오는데, 가까이 코를 대고 숨을 몰아쉬면 그 향을 맡을 수 있다
허나 주목나무 앞에서 눈을 감고, 서서히 평소의 호흡대로 들숨을 쉬면 딱히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은은한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굳이 향을 표현하라면 향나무 향과 유사하고 주목나무 앞에서는 향기의 유무를 따지지 말자
그저 앉아만 있어도 주목 속으로 흡입되며, 은은하게 다가오는 향은 한 순배 돌아간 술잔에 담겨진 채로 온 몸으로 퍼져나가는 취기처럼
야릇한 기분을 자아내고 그것도 흰 눈이 펑펑 내려 대지를 덮고 살아있는 주목, 고사목 순백의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있을 때 더욱 진하게 다가온다
그 아름다운 태백준령의 순백의 산세에 반하고, 주목군락 앞에서 한동안 앉아 살아있는 주목` 그리고 반은 고사목이 된 주목을 보면서
남아 있는 인생여정을 되새기며, 내 마음에 쌓였던 찌꺼기들을 내려 놓을수 있으며, 두 발로 걸어서 올랐다는 성취감 또한 상큼하다
그러나 이제는 산을 오르다 보면 힘이 들고, 무서워 지는것 느낌도 들고,,, 칠순을 목전 둔` 나이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태백산에 눈이 내렸다 하면은 마음 설레이고, 힘들게 올랐던 지난해의 기억들은 사라지고 없다
그래서 수십년 동안 매서운 칼 바람 맞져며 한 겨울 순백의 설산` 태백산을 찾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
2017년 정유년 초 하루날 태백산에서
[해가 솟아 오르는 동해 쪽, 태백산 문수봉이 조망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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